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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을 샀다.살며 사랑하며 2026. 9. 9. 22:23
“뭘 샀는데?”“원한을 샀지.”“얼마 주고?”“자존심 좀 부렸더니 공짜로 따라오더라.”원한은 이상한 물건이다.사려고 한 적도 없는데 어느새 손에 들려 있고, 값을 치르지 않았는데도 오랫동안 대가를 요구한다.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던진 한마디,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세운 날카로운 말,끝까지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원한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물론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고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지켜야 할 존엄과 분명히 세워야 할 기준은 있다.다만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은 다른 일이다.사람은 부드럽게 대하되 기준은 분명하게 지키면 된다.내 뜻을 전했다면 모든 사람을 끝까지 설득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이길 수도 없고, 이길 필요도 없는 싸움이라면 조용히 돌아서는 것도 하나의 힘이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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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시루에서 자란 나살며 사랑하며 2026. 9. 6. 09:44
내 삶은 온전히 내 안에서 만들어진 것일까.돌이켜보면 삶의 많은 부분은 옆에서 건너온 것이었다.부모가 자주 쓰던 말,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던 방식,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익힌 표정과 행동까지.오랫동안 곁에 있던 사람들의 말과 태도가조금씩 내게 스며들어 어느새 ‘나’가 되었다.그렇다면 나 또한 콩나물시루의 콩나물이었나 보다.같은 공간에서 같은 물을 받아먹으며비슷한 방향으로 자라면서도,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묻지 않았다.그저 내가 하는 말은 내 생각이고,내 행동은 원래 내 성격이라고 믿었다.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니나를 키운 물이 언제나 맑았던 것은 아니었다.누군가의 두려움이 내 조심성이 되었고,누군가의 분노가 내 말투에 남았으며,살아남기 위해 익힌 태도가 성격처럼 굳어지기도 했다.그렇다고 지나온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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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함이 가면이 되는 순간살며 사랑하며 2026. 9. 5. 09:41
악의를 가진 사람은 오히려 알아보기 쉽다. 말과 행동에 드러난 날을 보고 우리는 경계하거나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무서운 사람은 악의 없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다.그는 정말 나쁜 뜻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상대를 위한다고 생각했고, 자신은 늘 참고 배려해 왔다고 믿는다. 그래서 누군가 상처받았다고 말하면 상대의 아픔보다 자신의 억울함을 먼저 내세운다.“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야.”“다 너를 생각해서 그런 거야.”“내가 얼마나 참고 배려했는데….”상처에 관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자신의 선의를 증명하는 이야기만 남는다. 상처를 준 사람은 착한 사람으로 남고, 상처받은 사람은 예민하거나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다.이러한 모습은 흔히 말하는 ‘착한 아이 증후군’의 그늘과도 닿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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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도 눈감는 사회살며 사랑하며 2026. 9. 3. 22:57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간다. 말은 기록되고 행동은 영상으로 남는다. 과거에는 권력의 그늘에 가려졌을 일도 이제는 수많은 사람의 눈앞에 드러난다.그런데 이상하다.사회는 더 명확히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더 능숙하게 눈감는 법을 배우고 있다.사실이 드러나도 자신의 편이라면 사정을 만들어주고, 상대편이라면 작은 잘못까지 본성으로 단정한다. 무엇을 했느냐보다 누가 했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사실을 보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결론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사실만 골라 쓴다.그 빈자리를 궤변이 차지한다.잘못을 지적하면 갈등을 조장한다고 하고, 부당함을 말하면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한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보다 문제를 꺼낸 사람이 분위기를 흐린 사람으로 취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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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의 거리살며 사랑하며 2026. 8. 31. 17:51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먼저 사람들과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특히 초보자라면 주변 사람에게 다가가고,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만들어야질문도 할 수 있고 도움도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그 생각이 틀렸던 것은 아니다.낯선 곳에서 먼저 마음을 여는 것은함께 일하기 위한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모든 사람이 가까움을 신뢰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어떤 사람은 친절을 만만함으로 받아들이고,편안해진 관계를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되는 관계로 착각한다.말을 잘 받아주면 더 많은 말을 쏟아내고,한두 번 양보하면 그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기도 한다.그래서 이제는 친해지기 위해 애쓰기보다함께 일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려고 한다.직장은 친목을 위해 모인 곳이 아니다.각자의 역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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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에는 최선을 다하되, 설득에는 끝을 둔다.살며 사랑하며 2026. 8. 29. 22:27
소통의 완성은 내가 말을 마치는 데 있지 않고,내 뜻이 상대에게 도착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오해가 생기면 다시 설명했고,말이 부족했다 싶으면 표현을 고쳐 전했다.진심을 다해 말하면 언젠가는 서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그러나 살아보니 소통은 혼자 완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말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뜻을 정확하게 전할 책임이 있지만,듣는 사람에게도 그 뜻을 자신의 감정이나 입장으로 바꾸지 않고한번쯤 그대로 받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했다.나는 예의를 이야기했는데 상대는 반항으로 받아들이고,나는 불편했던 방식을 이야기했는데 상대는 권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그럴 때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고 해서반드시 내 뜻이 더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었다.받을 주소를 바꿔놓은 사람에게같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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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 누구에게 묻는 말인가?!살며 사랑하며 2026. 8. 28. 09:55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말, 무신불립.나는 이 말이 믿음을 요구하는 말이 아니라, 믿음을 얻을 만하게 살아가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면 타인에게 건네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할 말이다.그런데 때로는 그 뜻이 거꾸로 달리는 듯하다.“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으로 이미 증명된 것 아닌가.”높은 자리를 자신의 옳음에 대한 증거로 내세우고, 질문을 불손함으로 받아들이며, 따르는 것을 신뢰라고 여기는 모습을 볼 때 그렇다.하지만 자리는 역할을 맡긴 것이지, 그 사람의 모든 판단이 옳다고 보증한 것은 아니다. 어제 인정받은 능력이 오늘의 잘못까지 정당화하지는 못한다.권한이 있는 만큼 설명해야 한다.영향력이 큰 만큼 신중해야 한다.결정할 수 있는 만큼 그 결과에도 책임져야 한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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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지탱하는 세 가지살며 사랑하며 2026. 8. 27. 16:24
최고가 되자.완벽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일을 잘하고 싶었고, 깊이 이해하고 싶었고, 말과 행동에도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그러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조금 덜 자고, 끼니를 미루더라도, 해야 할 일을 끝내는 것이 먼저인 줄 알았다. 몸을 돌보는 일은 여유가 생기면 해도 된다고 여겼다.그러나 살아보니 알게 되었다.그 모든 다짐을 감당하는 것은 결국 내 몸이라는 것을.몸이 지치면 평소에는 넘길 말에도 날이 섰다.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기도 버거웠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그럴 때면 나는 의지가 부족하다며 스스로를 다그치곤 했다.하지만 내게 필요했던 것이 언제나 더 큰 결심은 아니었다.때로는 충분한 잠이었고, 제대로 차린 한 끼..